2022. 3. 9. 21:08ㆍ경제적 자유를 위하여/쿠팡 물류센터 일기
[ 이 글은 22.3.2.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다가 티스토리로 이사온 게시물 입니다. ]
안녕하세요.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는 남놈입니다.
오늘은 어제 못다한 쿠팡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합니다.
씹꼰대 관점/ 오지랖 관점 /완전 주관적 감상이니 태클 사절 ㅎㅎ
쿠팡 직원들, 만난 사원들, 받은 급여 인증, 쿠팡에 대한 생각, 일용직을 또 하고싶은지 등등에 대해 써볼게요.
어린것이 싸가지 없게?
내가 만난 관리자 1
아침에 가자마자 핸드폰까지 캐비넷에 넣고 교육실로 가면, 거기에 손목시계까지 없는 상황이라면, 갑자기 모든 자유를 속박당한 듯한 느낌이 든다. 갑자기 주눅이 들고 움츠러드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물만난 물고기마냥 마이크를 잡고 사람들을 줄을 세우며 큰 소리로 이름을 호명한다. 큰 소리로 이름을 호명하는게 뭐가 문제냐만은, 이런식이라 문제인거다.
- OOO님 계세여? 입고(공정)세여? 아니시면 여기 줄 서시면 안되세여 ㅡㅡ 저기로 가세요
- 핸드폰 갖고 오셨어요? 아 제가 손 드시라고 했자나여.. ㅡㅡ 휴게실에 갖다놓고 오세여 ㅡㅡ
마이크를 켜고 저렇게 말해대니 모두가 들을 수밖에 없다.
뭐, 백번 양보해서 너도 이 일이 지치고 이런 상황이 지겹고, 일용직 근로자 두 번 볼 사이 아니니까 이렇게 했다고 치자.
사실 내가 정말 맘에 안 드는 건, 일용직 근로자만 모아놓은 자리는 말 그대로 일용직들만 있다. 쿠팡에 애정 없이 그냥 하루 일당 벌러 온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기가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마냥 구는 태도가 너무 별로였다.
20대 중반정도로 보였는데, 50대 후반의 어머니뻘 사원에게 저런식으로 대하는 싸가지는 어디서 나온거냐. 너네 부모님이 밖에서 그런 대접 받는다고 생각 한번이라도 해보고 행동하는거냐. -요 자 붙인다고 다 존댓말은 아니다 이놈아.
생각해보면, 그는 피드백을 받는 자리는 아닐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규자들을 교육시키고 그들과는 다시는 만나지 않을테니… 피드백의 소중함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
하루 새에 생긴 전우애(?)
HUB 신규들끼리 똘똘
내가 허브를 다녀와서 그래도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점은, 운이 좋아서였겠지만,
같이 교육 듣고 처음부터 같이 일했던 분들과 이야기를 하며 유대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모르지만 서로 얼굴을 보며 금세 익혔고,
힘든 일은 서로 나서서 도와주었다.
20대, 30대, 40대, 50대가 하루만에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작업화를 신고 퇴근할 뻔한 나를 신발 갈아신을 때까지 기다려주시기도 했고,
음료수 300원인데 자판기 안드시냐고 여쭌 말에 “어 하나 사드릴게요” 하며 지갑을 꺼내시던 분도 계셨다.
마스크 덕에 나를 나이보다 어리게 봐주신 분도 계셨고,
너무 열심히 할 필요 없다며 쉬엄쉬엄 하라고 꿀팁을 주신 분도 계셨다.
(아직도 의문인 건, 바코드 스캔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거면 왜 시키는거였을까..? 졸라 열심히 했는데.. 스캐너 배터리 꺼지니 그냥 스캔 그만 하라더라)
기약도 없이 헤어졌지만, 또 볼 수 있으면 보자고, 오늘 너무 고생했다고
말 몇 마디 나누며 헤어지니, 그래도 조금은 재미있던 기억으로 남는 것 같다.
진짜 별 .. 개같은 사람들도 있었는데, 한 여자만 말하자면,
처음에는 관리자인줄 알고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걸 시키는대로 잘 들었다. (똑같은 사원이었는데;)
조끼 입은 사람들만 관리자다. 이 사람들 말고 누가 지시하면 의심해도 된다.
근데 점점 말도 안되는 내용으로 여기가라 저기가라 하고, 여기로 치워라 저기로 치워라 하길래
왜냐고 물으니 똑같은 말을 반복해서, 말이 안 통하는 년이구나 하고 싸우기 싫어 시키는대로 하고있는데,
또 떽떽거리며 똑같은 말을 하길래 “알았다고요 ㅡㅡ(ㅅㅂ)”하고 눈으로 존나 욕하고 목소리 욕은 속으로 삼켰다.
나 진짜 사람들이랑 잘 안싸우는데, 싸울 뻔했다. 쓸데 없는데서 텃새?부리려는 미친년도 있더라~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은 위대하다.
그래도 난 항상 좋은 사람들을 훨씬 더 많이 만나는 편이다 룰루
그래서 얼마 받았는데요? 급여 공개
휴일근로수당 가산하여 총 1.5배!

나는 신규였기 때문에 오전에는 교육도 받았고, 또 쉬운 업무도 했었다.
그런데 진짜 무거운거 많이 들고 찐으로 9시간 일 한 사람들도 이렇게 받는다고?
나는 좀 많이.. 좀 턱없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고, 관리자가 사람을 더 붙여주지 않으면 미친듯이 밀려오는 물량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농땡이 피울 수도 없다.
근데, 이렇게 다음날 바로 지급되니까, 또 가고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대신 허브 말고요.. ㅠㅠ).
쿠팡에 대한 생각…
공포, 이미 우리는 쿠팡 안에 살고 있다
1. 환경적 부분
솔직히 직업적 사명의식?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갖다 버린지 오래 됐지만,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쓰러지신 쿠팡 노동자분 산재사망 기사를 보고도 쿠팡에 가야하는지 조금 고민은 했다.
직접 허브 공정에서 일해보니, 왜 그토록 사고가 많이 날 수밖에 없는지 실감은 났다.
솔직히 형식적인 동영상 플레이 안전교육에, 공정 내 소음으로 들리지도 않는다.
(일주일만 다녀도 소음성 난청이 생길 것 같은 환경이다.)
나는 컨베이어 벨트 옆에서 택배 송장의 바코드를 스캔하고 상차하기 좋게 정렬하는 일을 하는데도,
경사진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택배가 5~7개만 쏟아져도 내 힘으로는 막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상차가 밀려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있는 물건을 정렬하려다가,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에 손가락이 끼여 절단나는 일은 시간문제겠구나 싶어 섬뜩했다. 진짜로.
택배 무게 때문에 여차 하다가는 손가락이 아래로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 시뮬레이션 됐다.
또 머리카락이 긴 사람들은 머리를 단단히 동여매고 가야한다.
머리 잘못 껴서 두피 뜯기는 것도 시간 문제겠더라.
컨베이어 벨트에서 오후 내내 일했지만, 벨트를 멈추고 작동하는 방법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오전 교육 때 담당자가 멋대로 생략한 부분이 있었는데, 거기에 있었을까?)
그렇게 큰 장소에서, 매우 시끄러운 환경에, 아주 무거운 물건들을 계속 옮기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관리자는 매우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도 못 가지게 오게 하면서, 곳곳에는 안전을 위한 비상연락망이 붙어있었다.
농락하는 것 같아 헛웃음이 나더라.
만약 구석에서 일을 하다가 다치면?
누굴 불러도 아무도 못들으면?
관리자가 바로 안오면?
그 어디에 비상약이나 제세동기가 있다는 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나는 처음부터 제세동기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는데,
궁금해 할 새도, 물어볼 시간도 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그냥 한 마디로, 나는 운 좋게 무사히 돌아왔지만, 언제 다쳐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이었다.
2. 정신적 부분
나는 쿠팡 사원이기 전에 고객이었다. 하지만 어제는 사원이었고. 닭이냐 알이냐 문제일까?
쿠팡을 고객으로서만 대할 땐 그저 여러 쇼핑몰 중에 하나였는데,
이렇게 업무를 직접 경험하고 나니 쿠팡에 써버린 돈을 다시 벌려고 쿠팡에서 일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월요일에 샀던 물건이 탐사수라 너무 미안했다 ㅠㅠㅠㅠ

본업에 감사
앉아서 벌잖아?
솔직히 하루종일 서있으면서, 이게 내 본업이 아니라 부업임에 감사했던 것은 사실이다.
평소에 앉아서 전화나 받으며 컴퓨터나 두들기며 돈을 벌었던 것에 감사해본 적이 몇 번이나 있던가.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회사를 그만둬도 당장 먹고 살 방안은 있겠다 싶어서,
본업에 온 힘을 다해 매달리고 싶은 마음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사실 하루종일 굉장히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는데,
지금 너무 졸려서 더 못 쓰겠다.
쿠팡일기는 아마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이제는 여러 공정을 돌며 각 공정 후기를 남겨봐야지.
쓰잘데 없는 내용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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